본문 바로가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믿을 수 없는 이야기 Unbelievable, 2019 리뷰

금돌이 2021. 3. 9.
반응형

살면서 남들 만큼 여자를 사귀어 봤습니다

그냥 가볍게 만난 사람들도 꽤 되고 뭐 진지하게 만난 사람도 음...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다음에 뭐더라....

암튼

20대 후반에 사귀던 친구가 있습니다

6~7개월쯤 됐을때 그런 말을 하더군요

좋아하고 만나면 재밌고 좋긴 한데 결혼 상대는 아니라고..자긴 결혼이 하고 싶다고....

햐~ 이정도면 헤어지자고 하는 말을 참 고급지게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그래...그래도 마지막인데 술이라도 한 잔 하고 헤어지자' 했습니다

술 한 잔 하면서 가끔은 서로 안부도 묻고 그러자고...원수져서 헤어지는 거 아니니 그러는 게 어떠냐고 했죠

뭐라고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라고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가 제 얘기냐고요?

에이~ 무슨 말씀을..

암튼 그렇게 헤어지고 정말 가끔은 서로 안부 전화도 하고 새로 사귄 남자 얘기도 해 주더군요

이 남자가 이러는데 이거 무슨 의미야? 물으면 남자 입장에서 대답도 해주고...

그러다 이 남자 아닌것 같다며 헤어진다고 하더군요

네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잘 선택해라...라고 했죠

헤어진다는 말을 들은 몇달? 몇주? 암튼 그러고 얼마 후(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가물가물)

새벽에 전화가 오더군요

잠결에 받았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헤어진 그 남자가 새벽에 몰래 베란다로 들어와서 강제로 성폭행을 하고 갔답니다

놀라서 잠이 깼죠

경찰에 신고하라고 하고 바로 그 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경찰이 도착해서 이것저것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고, 저에게 누구냐고 묻더군요

아는 오빠다....연락이 와서 걱정돼서 왔다...고 하고 옆에서 기다렸습니다

친인척이 아니면 나가서 기다리랍니다

나왔죠

한참후에 경찰들이 가고 물어보니 날 밝으면 다시 경찰서로 와서 조서작성을 해야 한다고 했답니다

같이 갈 수는 없는 거라(저도 출근해야 하니) 다녀와서 전화 하라고 하고 잘 다독인 후에 돌아 왔습니다

날이 밝고 점심때쯤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 이거 그냥 소취하 했다고 하더군요

왜?

힘들어..물어 본 거 또 물어보고 경찰들 지들끼리 귓속말 하면서 힐깃거리고 ..

피해자는 난데 왜 내가 이런 눈치를 봐야 하는 지 모르겠어

그냥 없던 일로 할래. 나만 잊으면 그만이야

회사에도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 본다고 하는데 그럼 사방에 소문 다 나고...

창피해서 얼굴 들고 못 다녀..그냥 없던 일로 할래...안 한다고 했어

....

지금부터 20년도 전 얘깁니다

경찰이라는 사람들이 강간 피해자에게 한 질문이

남자친구였다면서요?

전에는 안 했어요? 근데...이걸 강간이라고 해야 하나?

이전에 여러번 했었죠?

몇 번이나 했어요?

만난지 얼마만에 처음 했어요?

이 남자가 첫 남자예요?

그 전에는 몇 명이랑 했어요?

집에 온 그 남자도?

.....

.....

제가 견찰을 싫어하는 이유중에 하나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 때 일이 떠 오르더군요

2008년 워싱턴주 린우드에서 18세의 소녀가 강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소녀는 부모 없이 위탁 가정을 전전하다 그런 아이들의 독립을 지원하는 한 단체의 도움으로 작은 원룸에서

지내던 소녀인데 그런 일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경관이 와서 질문을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 말 해 봐

몇 시부터 자고 있었니?

자기 전에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니?

범인이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니?

뭘로 묶었니?

어디에 삽입했니?

무엇을 삽입했니?

시간은 얼마나 걸렸니?

그 후에 어떻게 했니?

....

....

떠 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 올리며 소녀는 대답합니다

잠시 후

담당 형사가 도착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니?

아까 말 했다고 합니다

내가 담당 형사니까 나한테 다시 말 해야 해

무슨 일이 있었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 말 해 봐

몇 시부터 자고 있었니?

....

....

그녀는 또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 올리며 대답을 합니다

병원으로 가서 체액등을 채취하고, 증거를 수집합니다

간호사가 묻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죠?

경찰에게 대답 했다고 합니다

병원 기록에 남겨야 해서 질문을 해야 한다며 똑같은 질문을 반복합니다

경찰서로 가서 담당 형사 앞에 앉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묻습니다

이미 대답했던 것들을 다시 또 묻습니다

다시 기억을 떠 올리고 또 대답합니다

종이 한 장을 주며 지금까지 한 말들을 모두 적으랍니다

....

....

솔직히 제가 이런 상황이었으면 욕이 나왔을 겁니다

아 XX 아까 다 말했잖아~~ 하고

그런데, 경찰 입장에서는 증거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수사를 해야하니

피해자가 새로운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까 하며 반복된 질문을 하고 새로운 단서를 찾아야 합니다

경찰 잘못이 아닙니다

최소한 제 지인의 경험처럼 저런 모욕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으니까요

아이는 지칩니다

그걸 잊기 위해 평소처럼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 아이에게 일어난 일로 인해 그녀를 불쌍하게 바라봅니다

그런데 아이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하니 의심을 하기 시작합니다

의심은 사람을 거치면서 점점 커지고 급기야 경찰에게까지 전해집니다

침입의 흔적도 없고, 강간 흔적(체액, 지문, DNA등등)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

경찰은 소녀를 불러 묻습니다

사실이냐고

거짓말 하면 큰일 난다고

소녀는 지치기도 하고 겁도 나고 .... 자기가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곳은 북서부에 위치한 워싱턴주

2011년 남동부에 위치한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강간 사건이 발생합니다

관객들/시청자들은 압니다

그 소녀가 당한 사건과 똑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하지만 그 큰 땅덩이의 미국의 극과 극에 있는 남동부 사우스 캐롤라이나 작은 도시의 형사는 알 수가 없죠

우연히 같은 주의 다른 도시에서 그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 경찰서의 두 형사가 힘을 합쳐 사건을 수사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

이 이야기는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한 소녀가 강간을 당했다며 신고를 했다가 허위 신고로 고소를 당하게 되고

다른 강간 사건을 각자 조사하던 기자 둘이 정보를 교환하다 자신들이 조사하는 사건의 범인이 동일인임을 알게 되고

다른 사건들까지 조사하던 중 이 소녀의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심층 취재하게 되고 결국 기사를 내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을 내고 결국 드라마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믿어지지 않는 강간 이야기(An Unbelievable Story of Rape)'

이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 것이 바로 이 드라마 'Unbelievable'입니다

드라마화 되면서 실존 인물들을 각색하고 기자였던 자신들을 형사로 바꾸는 등 각색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려고 하는 메시지는 그대로 두고....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제 지인이 제가 사귀던 여자가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었기도 했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그녀들이 얼마나 힘든지 그녀들의 자존감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이런 것들이 조금씩 제 가슴을 짓누릅니다

그저 힘들겠거니..불쌍하다...안 됐다....

그래..잊어..잊는 게 최고야...라고 위로했던 예전의 제가 생각이 났고, 그게 얼마나 바보같은 위로였는지 되새겨졌습니다

특히 워싱턴주의 마리 애들러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더군요

3살때부터 고아원, 보호소,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살아 온 터라 조금만 실수하거나 잘못해도 위탁가정을 옮겨야 했고

그로인해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 온 사람입니다

경찰의 반복되는 질문이 혹시 내가 실수했나? 내가 괜히 말한건가? 잘못 말 했나?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고

급기야 자신이 거짓말 했다는 자백까지 하게 만든 것이죠

이 드라마는 이러쿵 저러쿵 얘기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성,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보시길 권합니다

그들의 아픔을 외로움을 같이 느끼고 공감하길 권합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그런 피해자가 나타났을 때 편협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무턱대고 꽃뱀이니 무고니 하는 프레임을

씌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홀로 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 드라마를 페미 드라마, 여성 우월주의 드라마라는 잘못된 편견도 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 보고 나면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아시게 될 겁니다

연초부터 눈물샘이 터지네요

못난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 한 한 아이때문에

그리고, 이 드라마때문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8부작 미니 시리즈 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