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관리 하는 방법 - 경험을 통해 수기로 남깁니다
경험을 통해 수기로 남기는 당뇨 관리 하는 방법
안녕하세요, 이 글을 쓰게 될 날이 올지는 몰랐는데... 드디어 오네요.
저는 만 31살 직장인입니다. 서울에 살고 있고, 당뇨 환자입니다.
처음에 진단받았을때 글을 써볼까 했습니다. 인생 망했다고요 ㅠㅠ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기왕에 긴 글을 쓸거면 멋지게 극복하고 한 번 수기를 남겨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오늘 일단 이뤘습니다. 날아가는 기분으로 글을 남겨봅니다.
1. 재작년 11월, 몸의 이상을 느끼다
저는 체중이 좀 빠르게 오락가락하는 편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절대값으로 움직인 몸무게가 150kg정도는 될 거예요.
그래서 저녁 술자리가 많은 직장으로의 이직 후 살이 급속도로 불어도 쉽게 뺄 수 있을 거라고 자만하고 관리를 게을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77cm에 125kg 수준으로 몸무게가 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몸무게가 줄어들더군요. 운동도 전혀 안 했는데, 한 달 만에 대략 3~4kg가 줄어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땀이 비오듯 하고 화장실을 1시간에 1번은 갔어요.
분명 겨울이고, 그렇게 덥게 입고 다니지도 않았고,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요. 그래서 병원에 찾아가게 됐습니다.
2. 재작년 12월,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느낀 당뇨진단
몸이 이상하다는건 느끼고 있었으니 병원에 찾아갔을 때 두려웠습니다. 암에 걸렸을까봐서요.
병원에서는 워낙 덩치가 거대하니 저 정도는 움직일 수도 있다며 혈당 검사를 권유하셨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죠. 공복혈당 300에 당화혈색소 11.8이라는 엽기적인 수치를 받아들었습니다.(당뇨 유전력은 없습니다)
의사선생님은 당장 대학병원에 입원해 인슐린 치료를 받은 후 당뇨 치료에 들어가야한다고 소리치시고요...
무서웠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더군요. 일단 암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무슨 깡인지 약으로 관리하고 싶다. 일을 쉬기 싫다며 의사선생님께 대들었(?)어요.
그 결과 메트포르민 1천mg짜리를 하루 두 알씩 먹기로 했습니다. 3개월 간 차도가 없을 시 입원하라는 전제와 함께요.
천만 다행인건 합병증 검사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구요.
그렇게 당뇨인으로서의 생존 투쟁이 시작됐습니다. 돌이켜보니 처음이었어요, 생명의 위협을 느낀건.
3. 작년 3월 코로나로부터 도움(?)을 아이러니하게도 받다
절망감을 느낀 건 처음으로 약을 먹은 직후였습니다. 그렇게 괴롭히던 다뇨 증상이 하루만에 사라졌어요.
그제서야 제가 병에 걸렸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꼬라지가 말이 아니잖아요 ㅠㅠ
저는 그렇게 의지가 있는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목숨이 달리니 달라지더군요.
하루에 한 캔은 꼭 먹던 탄산음료를 완전히 끊었습니다. 과자랑 빵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담배 빼고 나쁜 건 다 끊었습니다.
과일도 함께 줄였고, 매 끼를 현미밥 1/3그릇과 김치, 고기만 먹었습니다. 또 가끔 스팸 삶아서 구워먹고 그랬어요.
그리고 미친듯이 걸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진단 전까지는 '3보 이상 택시'룰에 지배당했지만 지하철 두 정거장은 기본으로 걸었어요.
헬스장은 매주 평균 4~5회는 갔습니다. 무게가 워낙 많이 나가다보니 사이클 50분, 웨이트 30분 정도 했습니다.
어떨 때는 편도 10km 거리를 걸어서 퇴근하기도 했습니다. 3개월 정도가 지나니 살이 한 20kg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녁 약속이 줄어들었거든요.
3월 검사에서는 공복혈당이 130까지 내려갔습니다. 당화혈색소는 저 때 검사를 안 해봐서 모르겠어요.
혈당이 그래도 당뇨전단계로 내려가고 해서 약이 줄어들길 바랬지만, 의사선생님은 약을 그대로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4. 작년 5월, 저혈당 증상을 겪습니다
두달 치 약을 타오고 비슷한 방식으로 관리를 이어갔습니다. 문제는 의지가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탈모가 생겼습니다.
저때 진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머리털을 잃고 건강을 빨리 얻을 것인가, 머리털을 지키고 천천히 회복할것인가.
결론은 머리털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식단 자체에 변화는 주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사람이 먹는 양 만큼 먹는 양을 늘렸어요.
의지도 조금은 약해졌습니다. 피자랑 햄버거, 치킨이 먹고 싶더군요. 그래서... 먹어버렸습니다. 1~2주에 한 번 정도는 시켜 먹었어요.
대신 설탕이 들어가는 음료는 입에 안 댔습니다. 제로콜라나 나랑드사이다같이 열량이 없는 인공감미료 음료만 먹었습니다.
운동량은 평소는 비슷하게 유지(걸어서 출퇴근하기)하되, 사이클 대신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고 웨이트 무게를 늘렸습니다.
이 때부터는 저혈당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다가 술을 소주 반 병만 마셔도 하늘이 돌고 서있는것마저 힘들더군요.
그냥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이대로 죽는건가 싶다가 어딘가에서 본 저혈당 증상이 떠올라 사이다 한 컵을 들이켰습니다.
그러니까 신기할 정도로 회복되더군요. 한 모금 마실때마다 핏기가 돌아오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또 좌절했습니다. 난 환자구나 하고요.
그리고 그땐 몰랐습니다. 술이 혈당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는것도요. 겪고 나서야 알았네요.
또 두달이 지났고, 체중은 15kg 정도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약을 다시 타러갈 시기가 돌아왔습니다.
5. 작년 5월 말, 다시 태어납니다
전날 19시 저녁을 간단히 먹은 후 약을 먹지 않고, 다음날 아침 08시 병원에 들러 공복혈당을 쟀습니다. 105가 뜨더군요.
수치를 보신 의사선생님은 오늘은 당화혈색소 체크를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사실 별 기대 안했어요. 운동은 했지만 잘 먹고 살았으니까요.
두 달치 약을 처방받고, 다음날 전화로 검사 결과를 받기로 하고 출근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났습니다.
다음날 아침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당화혈색소 수치는 8정도였습니다. 나아지긴 했겠지... 정도였어요.
의사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밝은겁니다. 그렇게 받아든 당화혈색소 수치는 5.1이었습니다. 수치상으론 정상이 됐죠.
일단 현행처럼 약을 두 알씩 먹는 것은 당장 그만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빡세게 관리할거면 약을 끊어도 된다 하셨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일단 약을 세 달은 계속 먹기로 했습니다. 관리를 편하게 하려면 약 한 알정도는 먹으라고 하시길래...
이렇게 반 년간의 지옥 체험은 일단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많은 변화와 함께요.
177cm-125kg였던 신체 스펙은 177cm-90kg대 초반으로 줄었습니다. XXXL을 입던 제가 어느새 XL을 맞게 입습니다.
15분만 걸어도 헉헉거리던 체력은 언제부턴가 5km 정도는 여자친구와 함께 여유있게 산책할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그나마 정상이었던 혈압, 간수치 등은 완벽히 건강 그 자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술을 적당히는 마셔도 되는 상태가 됐습니다.
그래서 스톡홀롬 신드롬 환자처럼 당뇨에게 일말의 고마움까지 느끼고 있네요.
물론 한 차례 선을 넘은 몸이고, 당뇨가 완치가 없는 병인 만큼 제가 나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말씀처럼 '최소한 당뇨 합병증으로는 안 죽는' 수준 이상으로는 몸을 꾸준히 관리해 나가려고 합니다.
종종 소식 올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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